책: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우리가 얼굴을 찾을 때까지
오랫동안 열심히 무언가를 바라보며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은 수년간 마음을 온통 뒤덮었던 
열정이 이토록 갑자기 마르고 시들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것이다. 땅에서 자라나는
것들이 그렇듯이, 영혼에서 자라나 최고로 화려한 빛깔을 자랑하고 가장 강렬한 향기를
뿜어내던 것들이라고 해서 뿌리까지 늘 깊은 것은 아닌가 보다. 아니면 세월이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 경우가 그러했다고 생각한다. 바르디아에게 품었던
사랑(바르디아 자신이 아니라)은 역겨운 것이 되어 버렸다. 나는 진실의 높고 가파른 절벽
꼭대기까지 질질 끌려 올라갔다가 진실이 살 수 없는 허공으로 떨어져 버렸다. 진실은
악취를 풍겼다. 자신은 아무것도 주지 못하면서 상대방의 것은 전부 차지하려 드는,
상대방을 갉아먹는 욕심.

그러나 이렇게 상대방을 전부 차지하려는 욕심이 사라지면서 나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것까지 거의 다 함께 사라져 버렸다. 마치 영혼 전체에 한 대밖에 없던 이가 빠져 버린 것
같았다. 나는 텅빈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젠 정말 바닥까지 떨어졌으니 신들도 더 이상
더 심한 말로 날 저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저 말할 수 있는 것은 여럿이 보는 것이 실제요, 한 사람만 보는 것이 꿈이라는 것뿐.
그러나 여럿이 보는 것에는 독특한 풍미나 순간이 없는 반면, 한 사람만 보는 것은
진실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나온 싹과 가지일수가 있다.
 
C.S. 루이스의 책은 예전 생일 선물로 받았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이후 두번째 이다.
처음 읽으면 정말 난해한 내용의 책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인데 난 그 책을 읽는 동안
두려움을 가지고 읽었다. (아니 사실 너무 무서워 끝을 내지 못했다. 읽어본 사람이면
무슨 말인지 잘 알듯…)  그래서 인지 종종 C.S. 루이스의 책들을 소개 받았지만 실제로
읽은건 없다. (교회에 ‘순전한 기독교’의 열풍이 불었을 때 조차도)
 
이책은 제목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 사실, 내가 읽을 책은 맨 마지막에 구입하고
선물을 주려고 2권을 구입 했었다.  내용도 잘 모르면서 구입해서 선물로 줘 버린…
그래서 혹시나 나에게 나중에라도  물어볼까 싶어 읽어둬야 겠다는 생각에 구입을 했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줬을꺼라고 믿는다)
 
이 책 또한 두려운 마음으로 읽었다. 주인공인 둘째딸  오루알이 마치 내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거 같아서. 오루알의 말투와, 그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생각들이 마치 나를
표현하는것 같아서 더더욱 두려웠다. 하지만 동시에 내안의 거짓과 위선이, 그리고 나를
움직이는 이성의 가면이 내 마음속 깊은곳에 숨겨져 있을지 모를 진짜 내 모습과 바뀌길
바라는 기대하는 마음과 함께 책을 덮었다.
 
+
나는 신들이 우리에게 드러내 놓고 말해 주지도 않고 우리 스스로 대답을 찾지도
못하게 하는 이유를 잘 알게 되었다. 이렇게 자기 중심에 무슨 말이 있는지
찾아내지도 못한 상태에서 이게 내 말의 의미입네 떠드는 소리를 머하러 귀 기울여
듣겠는가? 우리가 아직 얼굴을 찾지 못했는데 어떻게 신과 얼굴을 맞댈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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